순일선원/순일스님저서

삼매(三昧) - 제3장 기독교와 불교의 여정-3

순일자재 2013. 1. 22. 12:46


돌아와서 불교의 여정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생각 - 의지적 힘 - 선악 업 - 괴로움,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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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모든 것은 하나의 유기적 관계이다.

생각 = 의지적 힘 = 선악 업 = 괴로움 이라는 이야기이다.

생각이 조금 더 외향적이 된 것이 의지적 힘이요, 의지적 힘이 조금 더 외향적으로 나타난 것이 선악의 행동이요, 그것의 결과가 괴로움인 것이다.<큰스님께서는 원하지 않는데 오가는 생각은 모두 번뇌이다고 하시고 몰라서 그렇지 일상의 우리 마음은 아주 산란하다고 하시며 삼매에 들지(닦지) 않으면 생각(번뇌)를 멈출 수 없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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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또는 불교용어로 오온, 색수상행식>이 나다”라고 여기면 위의 흐름은 일사천리로 벌어지는 것이다. “생각과 몸이 나”라고 여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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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아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벌어진다. 사람이 아니고 벌레라고 하여도, 누군가 죽이는데 “죽이세요”하며 가만히 있지 아니한다.

2. 그러므로 개아를 보호하려고 한다.

3. 개아를 유지하려 한다.

4. 확장하려 한다.

5. 탐(욕망)하게 된다.

6. 진(성냄)하게 된다. 서로 간에 탐을 하니 성냄은 필경 생기게 된다.

7. 치(어리석음)하게 된다. 탐과 성냄에 의하여 교만, 자만, 아만 등등의 어리석음이 생긴다.

8. 이러한 결과로서 번뇌, 괴로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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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이란 재물, 명예, 즐거움, 이성, 취미, 목숨 등등만이 아니다.

“다른 이를 내식으로 바꾸려는 것은 탐 중에서도 큰 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이를 내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허나 아무도 내식으로 바뀌어 지진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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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서 후배가 어느 날 찾아와서는, 동거녀가 자기 말을 아니 듣는다며, 자기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녀도 그대에게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는가?”

“네”

“그대가 그녀에게 바뀌라는 것과 그녀가 그대에게 바뀌라는 것을 한번 이야기 해보시게”

듣고 보니 그녀가 그에게 바뀌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좀 더 쉬운 것이었고 그가 그녀에게 바뀌라고 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운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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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답을 달라고 하기에

“폭력을 써 봐!”라고 하였다.

물론 후배는 그 방법은 아니 된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러하다. 폭력은 몸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대의 마음을 오히려 증오로 변하게 할 것이다.

그 방법 외에 다른 것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그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였다.

“자네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 바뀌어줘 봐. 그러면 어느 날쯤 그녀도 자네가 원하는 식으로 바뀌어져 있을 것이네. 허나 자네가 100%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녀 역시 100%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아니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네.”

그 후배는 그러하게 하기는 힘이 들 듯 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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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대다수 우리의 현주소이다.

“나는 바뀔 수 없지만 너는 바뀌어야 한다.”라는 것 말이다.

후배가 자리를 일어날 즈음 넌지시 한마디 더 일렀다.

“아마도 자네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 바뀌고 나면, 더 이상 그녀에게 자네 식으로 바뀌라고 이야기 안하게 될 수도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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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오셔서 강제로 우리에게 바뀌라고 하여도 바뀌기 싫어하는 것이 우리이다.

신의 은총과 사랑에 의하여 감동을 받고 스스로 바뀌어 지려고 할 때만이 바뀔 수 있을 뿐이다. 누군가 강제적으로 바뀌라고 하는 것은 대다수의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우리는 서로 간에 그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동으로 말로 폭력이 생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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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닦는 방법으로서 돈수(頓修)와 점수(漸修)가 있게 된다. 즉, 누군가가 바로 무아<비아>에 대한 “바른견해”를 가지고서 “생각과 몸이 내가 아니다”로 갈수가 있다면 번뇌에 이르기까지에 벌어진 여러 절차를 내버려두고도 본성(本性)이 드러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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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길은 그리 쉬운 길은 아니며 또는 이러한 길에 들어설 수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생(生)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닦아왔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다른 길은 점수이다. 점진적으로 닦아나가는 방법이다. 현재에 결과물로서 쌓인 번뇌가 있으며 그 번뇌는 어리석음이 야기한, 성냄에 의하여 쌓였으므로 그것부터 참회로 닦아서 성냄과 어리석음을 어느 정도 소멸하고, 성냄의 원인이 탐이므로 그 탐을 닦고서, 그것의 원인이 개아소멸에 대한 두려움이니 그것을 벗어나는 길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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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누구나 번뇌가 있다. 이러한 번뇌는 과거번뇌와 미래번뇌이다. 과거번뇌는 살아오며 실체적으로 쌓인 번뇌이다. 미래번뇌는 아직 오지 아니한 비실체적인 것에 대한 번뇌이며 주된 것이 “근심과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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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걱정, 바램이란 개아소멸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보다 근원적인 것이기에 나중에 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과거번뇌 먼저 사라지게 하고는 그 다음에 미래번뇌를 닦게 된다.


(다음에 계속....)

 

*토씨와 띄어쓰기를 약간 수정하고 <>안은 옮긴이의 해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