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설법(次第說法 Anupubbikathā)이란 '순서에 따라 행한 훈화'를 뜻한다. 이러한 방식의 설법을 통하여 부처님은 야사라는 청년을 교화함으로써, 그를 일반인으로서는 최초로 부처님에게 출가하여 귀의한 제자로 삼았으며,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야사의 부모와 친구들을 교화하였다. 따라서 차제설법은 맨 처음 정립된 설법의 방식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팔리어로 된 율장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좋은 집안의 출신인 야사가 한쪽에 자리잡고 앉자, 부처님은 그에게 '순서에 따른 훈화'를 설했다. 즉 보시에 대한 훈화, 계율에 대한 훈화, 생천(生天)에 대한 훈화, 여러 가지의 욕망에 대한 근심, 해악, 오염과 버리고 떠남이 지닌 뛰어난 이익을 설했다."
이것이 소위 차제설법의 내용인데, 이는 사성제라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제시하기 위한 전 단계로서 설해진다. 이 중에서 앞의 셋은 각각 시론(施論), 계론(戒論), 생천론(生天論)이라는 3론으로 불리면서 특히 중요시된다. 그런데 이 3론은 상식적인 업보설을 믿지 않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사람들에 대해서 먼저 강설된 것이라 한다.
이 3론의 차제설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먼저 시론은 종교가나 곤궁한 자에게 옷과 음식을 베풀라는 것이다. 계론은 생물을 죽이지 않고, 사악한 간음을 범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의 행위에 빠지기 쉬운 음주 등을 삼가는 오계를 지키라는 것이다. 생천론은 그러한 선업(善業)의 결과로 사후에는 천계에 태어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알고 개인적으로는 윤리 규범을 준수해야 되는데, 그렇게 해야만 그 보답으로 좋은 세상에 태어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태어나 비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 3론은 올바른 업보설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서 그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생활을 개선해 나아가면, 내세를 기다리지 않고도 현세의 생활이 평안하고 즐겁게 됨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해 이미 세간적인 도덕이 지켜지게 되니, 사회의 일반인으로서는 일단 이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이는 분명히 매우 소박하고 초보적인 가르침이다. 바로 여기에 차제설법이 지닌 중요한 의의가 있다.
불교는 상식과 일반윤리를 기초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후대에 발전된 불교가 아무리 고차원적인 사상이나 경지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상식과 일반윤리에 어긋나거나 별개일 수가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업보설은 불교의 근본교의인 무아설과 상충될 수 있음에도, 부처님은 이 업보설을 불교에 입문하는 필요조건으로 삼을 정도로 중시하였다.
부처님이 채택한 업보설이란 남에게 베풀 것을 앞세우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이나 해탈을 추구하는 방편이 아니라 인륜과 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자신의 정신적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부처님의 입장이다. 불교의 신자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심경을 고양하고 신앙을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사람들이 인과 업보의 도리조차 믿지 않는 사견(邪見)을 품고 있는 동안은, 아무리 설하더라도 결코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해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은 처음부터 사성제의 도리를 말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이 인과의 도리를 진실되게 알아 그 마음의 준비가 된 후, 비로소 그것을 설명하였다. 그것은 흡사 염색하는 사람이 염색을 할 때, 먼저 염색할 천에 묻은 때나 이전에 염색된 색을 세탁하거나 표백하여 순백으로 만든 후,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신자의 마음이 더러워져 있거나 그릇된 선입견에 물들어 있으면 먼저 그 그릇된 사고를 인과 업보의 도리로 세탁하여 깨끗이 하고, 그의 마음이 순백으로 된 때에 비로소 불교적인 사제(四諦)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신자들은 사제의 도리를 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이 올바른 이해에 따라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사후에 천계에 태어날 수 있다는 생천론은 당시 인도의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신봉되고 있었던 사상이므로, 부처님은 이처럼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난해한 교리를 설한 것이 아니라, 그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길잡이로서 우선 일반적인 도덕론을 설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바탕이요 궁극적으로는 깨달음까지 이르는 근본바탕이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참고문헌〕 中村 元,『ゴタマブツダ』(→ 문 1), p. 269.
水野弘元 저, 김현 역,『原始佛敎』(志學社, 1985), pp. 56∼58.
『海印』(1986년 12월호), p. 23.
이상 출처[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신행안내/불교백문백답] http://www.jogye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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