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한판 붙어보자는 각오를 다지며 천리 길을 달려 순일 수련원에 도착했다.
노을강사님, 두손님, 빛님, 마을님이 반겨주셨다. 참 편안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을 강사님의 강의와 참회 방법 안내가 있었다. 다음 날
순일 선생님을 뵈었다. 처음 뵐 때 삼배를 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손을 내저어신다. 자상하시고 넉넉하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1단계는 참회가 위주라고 하셨지만 막상 앉아 있으려니 막막하고 머리가 무거워졌다. 노을님께 말씀드리니 구체적인 사건, 장면 등을
글로 써 보라고 하셨다. 아들에 대한 참회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의 상황, 나의 동작, 나의 표정, 아들의 표정, 등이 줄줄이 엮여 나오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집사람에 대한 참회를 하면서 여태까지 그렇게 울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참회가 잘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단점이
잘못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어찌 네가 나에게 그럴 수 있나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그래 두고 보자’는 식으로 살아 온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몸서리 칠 정도로 아랫배가 떨리면서 꺼억꺽 토해 내었다. 나다라는 그 한
생각이 사람을 얼마나 폭력적이고 냉혹하게 만들 수 있는지 똑똑히 보았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분하기도 했다. 나머지 가족들에 참회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머리도 점점 가벼워지고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후 단체 참회 시간에도 노을 강사님의 목소리만 들어도 울컥울컥하면서 눈물이
흘렀다.
새벽에는 남한강변의 물안개와 더불어 산책을 하면서 저절로 ‘부처님 감사합니다, 순일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이 나왔다.
예마당에서 두 시간 반 가까이 순일 선생님의 참회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 소탈하시고 자상하셔서 정말 이런 선생님이 계시나 할
정도였다. 매일 수행점검, 강의해 주시고 방편도 가르쳐 주셨다. 금강경의 선호념, 선부촉이란 말을 실감케 해 주셨다. 4일째 유서를 쓰라고
하시기에 처음엔 좀 머쓱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마음이 담담하고 편안했다. 저녁에 관체험을 했는데 ‘축 사망’이라는 말이 떠올라 싱그시
미소지었다. 5,6일 이틀은 나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참회했다. 5일째 저녁 식사 후 몸정화 수련도 할 겸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걸으면서 흔들리는 팔이 낯설게 느껴졌다. 수련원 앞 의자에 앉았는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면서
야릇한 기분이 되더니 이내 지켜보는 자가 없어지고 의식은 분명히 있는데, 내 아랫배만 깔딱깔딱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며 잔잔해지고 평안함이 눈을
뜨면 사라질까봐 눈뜨기 싫었다. 6일째 오후에 2단계 강의와 원보기 내외관통 방법에 대한 노을 강사님의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7월 22일
목욕탕에서 진짜 물로씻기를 하고 원보기를 40분 하고나서 큰 대자로 방바닥에 누웠는데 까닭없이 눈물이 주르르
흐르면서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 순일 선생님께서 상담과 강의를 하시고 온몸이완을 해보라고 하셨다. 원보기를 40분 정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온몸이완을 했는데 정말 얼굴의 뼈가 녹아 흘러내리는 것이 터미네이터의 싸이보그가 된 듯하였다. 아쉽게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앉아서 소변보기를 하는데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하였다. 환희랄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밥도 먹기
싫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강변으로 가서 앉았다. 삼귀의와 함께 부처님 감사합니다. 순일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감. 감사합니다란 말밖에.
저녁에 촛불보기를 하고 음악 없이 온몸이완을 했다. 2시간 가까이 온몸이
완전히 녹아 가라앉았다. 고요와 나른함이 눈을 뜨면 사라질까 살짝 눈을 떠 보니 그대로. 잠을 청해도 잠도 오지 않고 잠자기 싫고 잠이 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달만 쳐다볼밖에. 2시경에 잤는데 일어나니 4시 50분 차안으로 가서 금강경 테이프를 틀어놓고 독송을
따라하는데 쏟아지는 눈물, 가슴 가득한 기쁨, 부처님 감사합니다. 순일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후 30분 정도 참회의 눈물.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십시오.’ 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후에 선생님 상담 강의 전체보기와 선생님 눈보기, 전날 강의하신 대로
선호념제자 선부촉제자하심을 보여주셨다. 이후 사나사 계곡으로 가서 강물보기도 가르쳐 주시고 ‘닫힌 가슴을 열어라’는 말씀도 주셨다. 지금도
선명한 영상으로 남아있는데, 음식을 드실 때 온몸으로 드시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없고 드시는 모습 그 자체뿐인 듯했다. 저녁에 단체참회 후
온몸이완을 하는데 어느 순간 아랫배 밑부분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2단계 3일차 아침에 강물보기를 하러 갔다. 구름이 끼어 여의치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엷은 햇살이지만 은빛이 너무나 아름답고 영롱하게 반짝인다. 지금도 영상을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처럼 전율감을
느낀다. 강가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데 뒤에서 뭔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두려움이 일어난다. 돌아와서 노을 강사님의 비암비명 강의를
들으니 이해가 될 것 같다. 빛으로 녹이기, 태양속으로 들어가기, 어둠의 우주담기 등에 대한 자상한 설명도 해주셨다. 밤에 비암비명을 하는데
편안하면서도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었다.
4일차 아침부터 산책 겸 강물보기를 하러 갔는데, 뒤에서 뭔가가 나를 덮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머리가 쭈삣해졌다. 그래 한판 붙어보자하고 눈을 감았는데 이제는 물속에서도 괴물이 덮치는 것 같았다. 생각의 장난이라고 해도 여전했다. 갖다
써라고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내 느낌에 2시간 정도 그렇게 싸웠던 것 같다. ‘그 세계는 그 세계이고 여기는 여기’라 생각하니 조금 편안해졌다.
돌아와서 온몸이완을 하는데 아침부터 여태까지의 광경을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찍은 것처럼 영상이 돌아가면서, 호흡이 자연스러워지고
단전아래까지 깊어지고 부드러워졌다. 오후엔 순일 선생님의 제법무아, 일체개고, 제행무상, 열반적정, 무아연기, 무위법, 응무소주 이생기심,
두려움 등에 대한 자상한 말씀이 있으셨다.
5일차 원보기, 온몸이완, 빛으로 녹이기, 태양속으로 들어가기, 공의기를 하고, 날씨가 흐려
강물보기는 안되겠다 싶어 산책을 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걸어가는 내 모습이 영상으로 비추어진다. 도랑가에 앉아서
도랑물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구름사이로 언뜻 해가 비추일 때 빛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도랑가의 풀 사이에서 선명한 빛이 보였다.
20분 가량 보고 있는데 구름이 햇살을 가려버렸다. 고개를 들어 산쪽으로 바라보는데 나뭇잎 사이에서 빛이 언뜻 보이는 것 같아 강물보기 할
때처럼 보니 더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이 아닌가. 왔다갔다 하며 바라보는데 숲속에서 은백색의 빛이 정말 새하얀 빛이 나를 전율케 하였다. 지금도
그 영상이 나를 소름끼치게 한다. 본격적으로 편안한 자세로 앉아 희열에 젖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숲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멈추고
또 움직이고 그러기를 1시간 정도.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길. 까닭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다가 멀리서 순일 선생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 벅차게 울컥
쏟아지는 눈물. 감사합니다란 말밖에.
2단계 수련을 마치고 아쉽지만, 그래도 순일 수련원에서 지냈던 일들의 동영상을 너무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산길을 걷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뒷산에 소풍용 돗자리 들고 올라가 펴놓고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즐깁니다. 이
한여름에 크리마스 트리를. 소나무 잎새위에 새하이얀 눈, 안쪽으로는 반짝이는 수정 구슬, 왼쪽 능선에 쌓여있는 은백색의 눈을. 그런 풍경 속에
비추어진 나를 지켜보기도 하며.
순일 선생님 감사합니다. 노을 강사님 빛님 두손님 마을님 강물님 산타님 모래님 다함님 한마음님 하하님
여여님 솔바람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지효 두손모음
200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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