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 - 제6장 죽을 때 체험되어지는 동영상-1
제6장
죽을 때 체험되어지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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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산에서 조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더군다나 술이 만취되어 있었다. 텐트가
있었으나 얼마나 술이 취했는지 도저히 쳐지지 아니하였으며 그 폭우 속에서 자다가는 죽기가 십상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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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둘과 어느덧 계곡을 찾아 나섰다.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허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유가 걸어서는 몇일을 걸려서도 산 아래에 도착 할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인데 그때는 술이 만취된 상태라서 그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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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 나선 중에 어느새 친구 한명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둘이는 어찌 어찌 하여서 계곡을 찾아냈다. 허나 내려가고 내려가도 끝이 없었으며,
술이 취하고 또한 급류에 휩쓸리고 이끼에 미끄러져서 여기저기 다치고,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둘이는 바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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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둘이 서로의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눈물 한 방울을 뚝하고 흘렸다. 말은
없어도 둘의 시선에서는 이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말이 흘렀다. 그
순간 살아온 모든 생이 순식간에 동영상으로 촤르르륵 흘렀다. 다 본 순간 또 눈물 한 방울 뚝 흘리고는 “참으로 잘못 살아 왔구나. 이제
죽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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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죽지 아니하고 어찌 어찌 하여 살았다. 다만
그때 잘못 살아 왔다고 과거를 보았기에 이제는 잘살아야지 하였으나 그러한 마음이 채 두 달을 가지 아니하였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본
동영상이기에 그리도 그 순간은 생생하였건만 두 달이 지나니 어느새 그 동영상들이 착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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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수련원에서
수련을 받으시던 분들 중에도 그러하게 살아온 모든 생을 순식간에 그러나 생생하게 동영상으로 본 분들이 있다. 그중
어느 분은 새까맣게 잊어 먹었던 일들도 보였다. 옛날에
강아지가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그분께서는 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가까이 못 오게 하려고 강아지를 발로 찼다. 그 후로 그 일은 새까맣게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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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개를 무서워하는 그분으로선 정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헌데............. 동영상에서 그것을 보시고는 그분은 참회를 하고 우셨다. 문제는 파노라마에서 개의 마음이 다 전해진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그분이 좋았고 그래서 놀자고 다가왔던 것이다. 헌데 이분이 강아지를 발로 차자 “자기가 좋아서 그러는데 발로 차다니....... 너무도 슬프다!”는 강아지 마음이 전달이 된 것이다.
그것도 강아지가
나와 다른 무엇으로서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같은 하나의 마음으로서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강아지 마음이 내 마음이며, 마치 강아지의 슬픔이 나의 슬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죽기 전 파노라마에서는 대상의 마음들이 다 내 마음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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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의식은 어떠한 일을 하여 놓고도 자기 관점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경우가 왕왕이며, 잘못을 하였어도 잘못 안하였다고 우기는 경우가 왕왕인
것이다. 헌데
상대의 마음이 나의 마음처럼 전부 와 닿는다면 이제 상황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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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이와 같다. 꿈속에서
여러 등장인물이 있을 때 그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모두 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꿈꾸는 자가 “나”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창조한 이가 “나”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죽기 전에 보는 동영상에서 나의 전체 모습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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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를 때리고 있다고 할 때에 나의 눈으로 본 것이라면 나의 손과 발과 상대방 등이 보여야 한다. 헌데 나의 모습 전체가 다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할 때에도 등장인물들은 물론 배경들 전부와 “나”라는 것의 모습 전체가 나올 것이다. 바로 “나”가 상상으로 만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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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기독교적으로 본다면 하나님이 전부 보시고는 찍어서 우리 마음에 모든 영상을 심어 주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요, 불교적으로
본다면 내안의 불성이란 형태 없는 순수의식으로서 전체이기에 그것이 모든 것을 보았다 하여도 될 것이요. 인도에서
이야기 하듯이 세상이란 브라흐만(인도에서는 대개로 전체자를 말한다)이 꾸는 꿈이라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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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와 띄어쓰기를 약간 수정함. <>안은 옮긴이의 설명임.